사진은 꼭 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일기를 안 쓴지도 너무 오래됐다. 그동안은 핸드폰에다가도, 내 다이어리에다가도, 블로그에다가도 그 어떤 곳에다가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이따금씩 드는 생각들은 있었지만 사실 글자를 적을만큼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꽤 자주 무언가를 끄적일 정도로 생각을 자주 정리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짧게나마 살았던 동네를 떠나기 전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었다. 낮과 밤이 바뀌어 꽤 늦은 시간에 눈을 감으면 이제 오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장소들이 눈 앞에 떠오르고, 지금은 이렇게 닿을 거리에 있지만 곧 아득해진다는 생각에 이유모를 심란함이 밀려왔다. 곧 가슴 한켠이 꾹, 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은 날 잠에 들지도, 그렇다고 일기 앱을 켜게 하지도 못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가벼운 무력감에 빠트렸다.
지금은 왜 갑자기 일기가 쓰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엄마와의 유럽 여행의 거의 끝자락, 남은 영국에서의 5일 남짓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다가, 파리에 있는동안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회를 찾아보다가, 갑자기 불현듯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오고 싶어졌다.
아무 생각없이 여행만 다니니 벌써 17일이다.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낀다. 내 스물 두살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사개월 남짓한 시간 속에서 느낀 건, 내가 사랑했던 유럽이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다.정말 특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환상 속에 젖어있던 이 공간들이 조금은 생활감이 묻었고 익숙한 장소들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그게 아쉽다고 느껴졌는데,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좋다.
결국 혼자라는 것, 혼자서도 잘 해낼 수도 있다는 그 물음엔 아직 대답하지 못하지만 나는 스무살 이후로 걸어온 나의 시간들이 좋다.
교환학생에서의 시간 역시, 헛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