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Europe
epilogue
어제 새벽,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에 익숙해져 새벽 3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도 해보구 계속 뒤척이던 중에
문득 베니스에서 산 일러스트 책 하나가 생각났다
두칼레 궁전을 모두 관광 후 밑에 기념품 숍에서 산 이 책의 이름은 a journey to venice
이 책을 낸 사람도 나와 같은 여행자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늘 날 보며 언니는 저런 걸 왜 사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2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30000원하는 책 한권에 내가 좋아하는 베니스의 풍경이
빼곡히 담겨있다는 점이 좋아 나는 이 책을 구입했다
A Journey to Venice
같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베니스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은
내가 찍은 베니스와 닮아있었다
산마르코 광장의 대종루
그리고 그림을 본 순간부터
이때의 이 시간, 이 장소를 무척이나 그리워지게 하던 그림
비가 많이 오던 날의 베니스
오기 전에 스위스와 베니스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스위스에서 내내 비가 왔던 터라 많이 우울했었다
그런데 베니스마저도 아침부터 빗줄기가 거센 비가 와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민박집 사장언니도 오늘은 쉽게 그칠 비가 아니라고 하셨구
결국 아침부터 가려던 부라노섬도 포기하고 터덜터덜 산마르코 광장을 갈 수밖에 없었던 매우 우울했던 하루
그런데 정말 거짓말같이 날이 조금씩 개기 시작하더니 오후쯤 다시 일정을 변경해 부라노섬에 도착했을 땐
하늘이 정말 파랗게 개어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던 하루, 기억에 많이 남던 여행지
그날의 베니스, 그날의 부라노섬에서 찍었던 사진이
어느 여행자의 그림에도 비슷하게 담겨있다는 것은 참 묘한 기분이었다
예쁜 도시 베니스처럼
예쁜 그림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앞으로도 종종 베니스가 그리워질 때면 볼 것 같다
여행 중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이 언제 끝나는 줄 아냐고
어떤 사람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에 들어온 때라고 했으며
어떤 사람은 비행기를 탔을 때라고 했다
각자의 답은 제각각이었지만 그중에 정답은 없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은 이 여행을 더 이상 그리워하게 되지 않는 순간이라고
그러니까 그 여행을 계속해서 그리워하는 한 이 여행은 끝나지 않는 거라고
6년 전에 대만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4년 전엔 도쿄 여행을 갔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의 여행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 여행 자체의 그리움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생생한 이번 유럽여행의 기억과 그리움들도
언젠가 몇 년 전의 대만처럼, 도쿄처럼, 흐릿해지고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여행이 끝이 나겠지
하지만 아직은 이 책의 마지막 말처럼
How can we forget Venice
How can we forget Eur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