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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 July




# 일요일 강남 


요즘 핫한 카카오프렌즈샵에 1시간 넘게 기다려서 들어갔다. 폭염 주의보였는데 10번 출구는 그늘 쪽이라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캐릭터 좋아하는 죽이 잘 맞는 친구와 떠드니까 시간 금방 갔다. 생각보다 볼 건 없었는데 목표대로 노트북파우치 사서 기분은 좋았다. 별거 안 샀는데 몇 개 사다 보니 금방 6만원 찍었다. 10번출구 나가면 죄다 카카오 풍선 들고 있고 라이언 후드인형 박스 들고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너무 웃겼다. 뭐랄까 우리나라 특유의 유행이라면 너도나도 한번쯤은 다 해보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서.

라이언 카페 못 앉을줄 알았는데 운 좋게 앉았다. 라이언 무드등 너무 예쁘다. 음식은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는데 컵케익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카카오 프렌즈샵 보면 신기하긴 한 게 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캐릭터를 이렇게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역시 한때의 유행인지, 아니면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언니가 카카오 프렌즈샵 처음 생겼을 때 저런 데를 누가 가냐고 생각했는데 지금 강남점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언니는 시대의 흐름을 전혀 못 읽으니 절대 경영 마케팅 쪽으로는 빠지지 말라고 쏘아댔다. 언니는 복전으로 무역을 할 계획이라고 받아쳤다.





# 새우잡이 김춘배


이날의 목표 둘. 새우잡이 김춘배를 갔다. 친구와 얘기하면서 우리가 많이 달라졌음을 새삼 느꼈다. 친구와 나는 더 이상 시시껄렁한 농담만 주고받는 17살의 여고생이 아니다. 여전히 그래도 장난이 많은 우리는 우리가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거라고 하며 웃었지만 이날의 우리는 역대급으로 진지충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는 게 정말 내가 어디에 있냐,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쉽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대학, 내가 선택한 전공, 같은 것을 선택한 사람들끼리는 결국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 되고 비슷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건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





# 화요일 홍대


화요일은 홍대를 갔다. 서울에 갔으면 예쁘고 분위기 있는데서 밥을 먹어줘야지 ^ ^ 하는 수도권 사람들이라 하와이안 식당을 가기로 했다. 사실 더 예쁜 건 봉주르 하와이였지만 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당. 딱 기대만큼만 맛있었다. 감자튀김은 좀 눅눅했다. 





# 친구의 선물


예상치 못하게 선물을 받았다. 아직 출국일까지 한 달도 더 남았는데 벌써 받았다. 하지만 엄청 감동적 *.*

누군가의 인간관계 범주 안에 내가 든다는 것은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날 소중하게 여겨준다는 것, 그 자체로 고마워진다. 친구에게 프랑스에 가서 엽서를 보낼 수 있었음 좋겠다.





내가 핑크색을 좋아해서 센스있게 핑크색 케이스로 사줬는데 어쩌다보니 다 핑크색ㅋㅋㅋㅋㅋ

이날 친구랑 같이 산 모자마저 핑크색이당 이쯤 대면 집착 아닐까





# 목요일 잠실, 홍대


목요일은 언니와 또 홍대를 갔당 왜냐면 이걸 사려고 ㅎㅎ 프랑스에 가져갈 인형을 샀다. 언니는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포함) 이런 걸 정말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 씹소름이라고 했는데 그게 너무 진심이어서 웃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언니랑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예전에는 정말 둘이 앉아있으면 할 말이 없었는데 요즘엔 제법 '수다'라고 불릴법한 걸 하고 있다. 서로 약간 적당히 받아줄 부분은 받아주다 보니까 싸울일이 많이 사라졌다. 이렇게 늙나보다.


이 날은 그동안 계속 미뤘던 잠실 애슐리 퀸즈를 드디어 갔는데 바나나푸딩은 상하고 음식의 질도 전체적으로 별로라 너무 실망했다. 저녁엔 영화 '나우 유씨미 2'를 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다. 간만에 언니와 재밌는 영화를 봤다. 둘이서 런던 나올 때 엄청 좋아했다. 아마 이번 겨울에 둘 다 런던에 있지 않을까 싶다. 상극이던 우릴 묶어준 데 유럽이 정말 한몫 하는 것 같다.





# 금요일 판교 현대백화점


집에서 판교는 전철 타면 20분 정도로 매우 가깝당. 주로 판교엔 먹으러 가는데 이날은 또 삼 일 만에 하와이안 음식을 먹으러 왔다. 무척이나 맛있었다. 판교 식품관 자체가 이미 어딘가에서 검증이 된 식당들이 많이 입점을 해서 그런지 대부분 평범 이상이다. 제일 맛있는 건 스시집. 

이날 갔더니 이탈리아 폼피, 일본 파블로 등을 봤는데, 움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지만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디저트를 먹었당. 엄청엄청 먹고 싶던 테이스팅룸에서 팔던 그 오레오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또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ㅎㅎ 이 친구랑도 참 특이한 게 한 2년간 연락 안 하고 살다가 우연히 연락이 되가지고 꾸준히 만나고 있다. 집이 가까운 게 아마 한 몫 했던 것 같다. 이번 학기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24시간 카페 가서 공부하고 나름 추억이었는데 잠시 그러지 못한다는 게 좀 아쉽다.

사람 인연이란 건 정말 신기한 게 결국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걸 느낀다 요즘.



 


# 토요일 서울미술관 


기대 이상으로 꽤 괜찮았던 전시였다. 단, 주말에 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수선했다. 또한 전시 관람 보다는 SNS업뎃용 사진 찍기에만 급급한 분위기여서 다음에 조용할 때 한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광화문 플라잉볼


이사를 하고부터 가장 달라진 것은 서울에 많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철을 타고 강남이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서울에 살지 않는데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가 강남이 됐다. 

서울을 가면 많이 걷는다. 서울은 역과 역간의 간격이 정말 좁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그 후부터는 한 역에 내려서 쭉 걸어가 보는 게 습관이 됐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역들을 마주할 수 있다. 어제는 경복궁역에서 내려서 먹을 데를 찾는데 딱히 마땅한 곳이 없어서 광화문까지 내려갔다. 이곳이 내가 서울 중 가장 좋아하는 시청 부근이다. 보기만 해도 서울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빌딩숲들이 나는 너무 좋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광화문, 시청, 을지로 부근까지 줄곧 걸었다.

광화문에서 밥을 먹고 교보문고에 들렀다. '고양이 낸시'라는 책을 샀다. 티 없이 맑은 친구들을 가진 낸시가 부러웠고 뭉클했다. 결국 동화 같은 이야기다. 



# 출국일이 다가온다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다. 그곳에서 잠시 생활한다는 것 자체로 내게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럽. 프랑스. 삶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멋드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겪을 똑같은 일상적인 삶은 조금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최근엔 '선택'이란 걸 많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순간의 선택들이, 만났던 사람들이 내 인생을 바꾼다. 대학에 들어와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언니가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대학교 친구들이 다들 자기 삶을 찾아가는 성실한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다문화 멘토링에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내가 멘토단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학점이 좋게 나오지 않았더라면.


결국 순간순간 내게 일어난 일들이 많은 것을 바꾼다. 

몇 년 전 글을 쓰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듯, 몇 년 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조금 달라진 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