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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산티아고

lettersfromh 2016. 8. 14. 01:54

<나의 산티아고> 라는 영화를 봤다. 

이제는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게 엄청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원래는 팝콘을 먹을까 하다가 도무지 땡기지 않아서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를 주문했다. 


사실 별 기대없이 갔다. <성지순례>라는 소재. 누군가 종교를 물어보면 카톨릭 혹은 성당을 다닌다고 말은 하지만 안 간지 팔 년째다. 애초에 내게 있어 흥미로운 소재가 아니었단 얘기다. 지루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코미디였다는 말에 더더욱 기대를 하지 않고 갔다. 그런데 예상외로 엄청 좋았다. 그저,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훌륭한 영상미와 절절히 내 가슴을 울리는 대사들.


요즘 나는 '혼자'라는 것을 많이 생각한다. 결국 혼자 해야된다는 것. 결국 혼자라는 것. 이따금씩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외롭고 슬퍼졌다. 아니, 사실은 좀 자주 외롭고 슬펐다. 하지만 그것을 포장하기 위해서, 견뎌내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 위해서 더더욱 혼자인 법을 배우려고 했다. 혼자 영화를 가고, 혼자 카페에 가고, 혼자 도서관에 가고, 혼자 길을 걷고... 

시간이 갈수록 그런 것에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혼자인 것이 편해지다가도 사실 가끔씩 놓친 관계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외로워졌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나는 위로를 받다가도 누군가의 행동에 또 상처받았다. 그런 것들이 너무 무서웠다. 


결국 혼자라는 것.

나는 혼자서도 잘 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기대며 살고싶진 않았다.

청개구리 같이 사람들의 틈 속에 있으면 괴로워 하다가도 또 그 틈 밖을 나오면 외로워했다.


영화는 그런 나를 위로해주듯, 내게 많은 말들을 던져 주었다.

결국 동이 트기 전, 어두컴컴한 새벽길을 혼자서 걸어야만 한다고.

하지만 주변의 사람 역시 필요하다.


마지막 장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는 너무 경이롭고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영화가 끝나고 정말 박수 치고 싶은 기분. 스페인 여행이 원래부터 계획되어 있었는데 저기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는 없지만 영화 속 장면에는 꼭 들어갈 거라고, 그렇게 다짐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나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지 못 할 것이다. 삶은 생각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는데 내 삶에 <사람들 속>이라는 건 아주 좁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가 거부하고 있다. 나는 너무도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