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Brussels
출국이 삼 주 정도 남았다. 최근의 일을 정리해보자면, 나는 또 미루고 미루다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있고 그렇지만 너무나도 무료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쓸데없는 생각들은 많아지고 그럴 때면 나는 또 블로그에 들어와서 두서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여기서 어딜 갔고 무엇을 먹었고와 같은 여태까지 내가 주로 쓰던 여행기가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여행기도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에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마 그곳에선 더 오글거리고 진지충 같은 이야기들을 쓰지 않을까?
최근 새로운 블로그에 다녀온지 이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고갈되지 않는 유럽여행의 얘기를 쓰다가 문득 여행에세이 공모전에 나가고 싶어졌다. 그동안 여행을 다녀온 후 했던 무수한 생각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한번쯤 공모전에 나가고 싶어졌다. 찾아보니까 딱 한 곳 여행 에세이 공모전을 하는 곳이 있더라. 그래서 냉큼 응모해버렸다.
아마 나는 한번에 떡하니 붙는 일도 거의 없고 사실 내 글 수준은 정말 평범한 대학생 수준이기 때문에 기대는 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블로그에 공모전에 응모했다고 글을 쓰는 건 그냥 그 자체로 난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다.
사진과 글 모두 중학생 때부터 줄곧 해오던 것들이다. 여행지에서는 늘 어깨가 묵직할 정도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다녀오면 사진을 정리하면서 여행기를 쓰는 게 습관이었다.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쓰는 이야기였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
그 이야기로 공모전을 나갈 수 있어서 기뻤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내게 나갈만한 공모전은 특별하게 많지 않다. 물론 하라면 다 할 수 있겠지만, 내 전공지식을 살려서 평소 배운 것들로 할만한 공모전은 그리 많지 않단 뜻이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로 공모전을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원고를 적어서.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진심으로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얼마 안 되는 분량이라도 내가 찍고 쓴 사진들과 글들이 책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을 한다. 이 얼마나 모순인가ㅋㅋ 아마 이걸 적은 이상 내가 당선될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은 줄곧 그래왔으니까. 운이 좋다 라고 말할만한 일들은 종종 일어나지만 기대처럼 이뤄지는 일들은 없다.
아직 마감기한이 꽤 남았는데 일찌감치 제출해버렸다. 곧 프랑스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거에 계속 매달리기도 싫었고 무엇보다 글은 어느 정도 이상 수정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더 별로인 글이 되기 때문이다. 난 이미 그 글을 다 외워버려서 이제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진다. 문맥에 맞는 글인데 어색해 보인다며 고쳤다가 더 이상해지던 일들이 태반이었다.
어쨌든 정말 내 손을 떠났다. 8월 중으로 여유가 있다면 그동안 여행에서 내 맘에 드는 사진들로만 고르고 골라 다시 편집한 걸 올릴 생각이다. 왜냐면 최근에 좋은 사진 보정 프로그램을 알았으니까. 또 마구마구 보정 욕구가 샘솟는다. 사실 맘 같아서는 지난 포스팅을 다 수정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다녀온 여행이 너무 많아서 무리다ㅠㅡㅠ 몇개씩만 골라서 새로 보정한 후 새로 올려야지.
원고와 사진을 제출함과 동시에 프랑스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내가 신청한 관광학 수업을 듣기 전 미리 예습하라는 프린트를 보내주었다. 내일부터는 꼼짝없이 이걸 공부해야겠다. 중간에 땡땡이도 치면서 시험에 패스하려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