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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아웃

우울한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꼭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대략적인 줄거리도 잘 몰랐지만 그냥 감정에 관련된 영화라는 것 자체부터 날 위로해줄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반엔 영화에 집중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계속 우울과 걱정에 뒤섞인채로, 슬픔은 왜 방해만 하려고 하는 건가 그런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슬픔이 슬픔으로 위로함으로써 빙봉이 기분이 나아졌던 그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기쁨이 슬픔이 있었기에 기쁨이 올 수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장면에서도, 또 눈물이 났다. 


마지막 장면에서 핵심 기억들을 슬픔에게 넘겨준 순간엔, 어쩔 수 없이 기쁨과 슬픔은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식상하고 너무도 뻔한 그 메세지가 마치 처음 안 것 마냥 머리속에 맴돌았다. 어쩔 수 없이, 결국, 슬픔과 기쁨은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왜 첫 부분에서 슬픔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기억들을 '슬픔'으로 물들려고 했는지도. 21살의 나는 우울할 땐 어쩔 수 없이 우울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나는, 아무리 기분이 좋아지려고 노력을 하려고 해도 그 우울함이 정말로 가시기 전까진 늘 마음에 짐덩이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그랬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감정은 결국 함부로 동전 뒤집듯이 뒤집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정말로 슬픔과 기쁨은 공존한다. 슬픔뒤엔 기쁨이 찾아온다 라는 뻔한 메세지를 남긴 것이 맞는걸까. 하지만 그 뻔한 메세지가 나를 조금은 위로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