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슬슬 짐도 싸고 나머지 처리할 일들도 하기 시작했다.
1. 하나 비바 체크카드 만들기
교환학생 필수품이라던 하나 비바 체크카드. 원래 언니가 영국에 있을 때는 시티카드로 모두 해결해서 막연히 그걸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프랑스는 시티카드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닌데다가 수수료까지 들어서(은행은 5만원, 인터넷은 25000원) 하나카드만 만들기로 했다.
VIVA G와 VIVA V가 있는데 나는 둘 다 만들었다. 둘의 차이는 비자냐 마스터카드냐의 차이. 물어보니까 둘 다 현금도 잘 뽑힌대서 굳이 시티카드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거기다 돈은 잘 안뽑히지만 해외 결제에 한번도 실패해 본적 없는 나의 신한 VISA까지 있으니까 이것만 가져갈 예정!
2. 집 구하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은데 결론적으로는 결국 CROUS는 하지 못 했다. 일단 학교나 유학원 연계가 안 되고서야 들어가기가 힘든 것 같음. 그것도 3개월 단기로 살 교환학생이 ㅠㅡㅠ 그래서 결국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단기이기 때문에 수도세, 전기세 등등등 포함이 안 되는 에어비앤비가 더 괜찮은 것 같음.
하지만 살면서 불편한 점도 분명 있겠지. 그건 차차 써야겠다. 아마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건 아닐까ㅋㅋㅋㅋ
3. 짐싸기
일단 아메리칸 투어리스트 캐리어 28인치를 샀다. 최대 늘려서 31인치까지 쓸 수 있다고 함 ㅎㅎ 이렇게 큰 캐리어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하지만 처음 프랑스 갈 때와 학기가 끝나고 여행할 때 말고는 거의 들고 다닐일이 없는 나의 캐리어!
중간 중간 파리나, 동유럽 같이 여행을 갔아올 때를 데뷔해서 기내용 캐리어를 하나 사기로 했다. 기준은 가격이랑 무게 국제 표준 잠금장치가 되어 있느냐인데 무게는 언니가 영국에서 사온 것처럼 가벼운 2kg짜리는 없는 것 같고 다들 3kg 안쪽이라 무게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3kg 안쪽으로 타협봄.
일단은 리스트를 적어 놓고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또 가져갈 게 없는지 찾아볼 예정이다. 짐을 싸면서 생각한건데 그동안의 여행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생활'을 하러 가는 거니까 당연하다. 옷도 여름부터 가을을 지나 겨울까지. 다양하게 챙긴다. 겨울 외투를 담다가 생각했다. 바람이 차가워진 겨울, 나는 어떤 모습으로 올 해의 마지막을 맞고 있을까. 이렇게 22살이 흘러간다.
4. 교환학생 준비과정
교환학생 준비과정은 블로그에 적어두었지만 느낀 건 <이짓 한번은 더 못하겠다>였다. 일단 학교에서 도와주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비자준비부터 숙소 구하기까지 나 혼자 해야하는데, 숙소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보증인 없이 집 구하기도 너무너무 힘들고 기숙사에 들어가는 건 더 힘들다. crous에는 7월 초에 숙소를 보냈는데 8월 말이 되서야 답장이 왔다. 그것도 <방이 없다고> 사립 기숙사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하지만 파견교와 본교 또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서 힘들었다. 애초에 협약 맺을 때 숙소문제 만큼은 어떠한 해결을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암튼 이렇듯 일처리도 너무 느리고 아무런 도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기란 너무 힘들었다.
또한 프랑스란 나라는 가기 전부터 질리게 하는 나라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비자 받기까지 무려 두 달이 걸렸다. 절차도 막상 가면 별거 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까다롭고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 심적으로 너무 지쳤다. 일단 캠퍼스프랑스에 서류를 보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며, 면접을 보러간 날도 컴퓨터 두대로 비자과 면접을 위해서 한시간 반씩 줄을 서야하고, 비자과 면접도 거의 삼주 뒤에야 잡을 수 있으며, 비자과 면접은 서류 제출하는데 5분도 안 걸린다. 비자도 출국일 4-5일 전에야 겨우 받을 수 있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국과 스페인 비자를 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안 나왔냐고 되물은 거 보면은 특히나 프랑스가 매우 느린 것 같다. 가서 OFII도 받아야 하는데 매우매우 걱정이다.
나는 출국 4일 전에 비자를 받았는데 비자는 딱 4달 나왔다. 같이 가는 언니는 5달이 나온 거 봐서는 역시 프랑스는 싸데뻉의 나라라고 할 수 있겠다ㅎㅎ 근데 원래는 수업이 9월1일에 시작해서 12월 초에 끝나니까 4달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4. 가기 전
저번학기에 교환학생을 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애들도 이제 다 귀국을 했다. 지난 3월 4월 교환학생 준비하면서 참 많이 봤던 블로그 속 사람들도 모두 한국이다.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나는 또 다시 돌아올 것이고 새로운 사람들이 떠나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교차한다. 부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하지만 후회가 남지 않는 그런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환상을 갖지 말고 본분에 충실하라고 했지만 마냥 그럴수는 없다. 무려 이년 내내 그리워하던 유럽을 다시 가는 거니까. 꿈 같은 생활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나도 잘 안다. 그냥, 그냥 문득 길을 걷다가, 자기 전 눈을 감다가, 주말에 볕이 들어오는 걸 보다가, 그냥 내가 문득 특별한 시간을 겪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모르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동유럽만은, 제발 갈 수 있기를.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에^_^*